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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S&T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② 해금강∼명사해수욕장

작성일 : 2013.04.18 조회수 : 853
신문사 : 부산일보

▲ S&T 해안누리 국토대장정에 나선 대원과 가족들이 거제 해금강 바람의 언덕을 지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번 해금강~명사해수욕장 구간은 거제도에서도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경현 기자 view@

 

벌써 국토대장정 1호 단짝이 탄생했다. 건호(10)와 권엽(10)이다. 둘은 사는 곳도 다르고 학교도 다르다. 다만 아빠가 다니는 회사가 S&T모티브로 같고, 학년이 같다. 둘은 한 달 전 해안누리 국토대장정 해파랑길을 함께 걸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13㎞의 전 구간을 완주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긴급구조용 구급차 신세를 졌다. 물론 다친게 아니라 단지 다리가 조금 아팠을 뿐이었다. 걷지 않고 차를 타는 것만으로 체력은 금방 회복되었다. 그렇게 맺은 '구급차 인연'으로 둘은 친구가 되었다. 국토대장정 1호 단짝이다.


■유채꽃 만발한 대지 위 걷는 재미

걷는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자신의 발로 유채꽃 피어나는 아름다운 대지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도보 여행꾼의 특권이다. 어리거나 나이가 들었거나, 길에서는 누구나 하나가 된다. 어찌보면 S&T모티브 이동호(44) 차장의 아들인 권엽이(금양초 4년)와 김호(46) 차장의 아들 건호(신도초 4년)가 만난 것은 필연일 것이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해금강 해안 절경. 김경현 기자

 

"이번엔 어땠어. 구급차 많이 탔니?"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장난스레 물었더니 "조금 밖에 안 탔어요. 탔다가 내려서 걷다가 했어요"라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18㎞가 넘는 거리라 많이 힘들었을거라고 생각했다. 한번 더 물었다. "다음 달에 또 올거니?"라고. 그랬더니 "건호 오면요." "저도 권엽이 오면요." 둘의 대답은 결국 같은 이야기였다.

S&T모티브가 야심차게 기획한 해안누리 국토대장정이 2회째를 맞아 남해안 구간 해안누리길을 다녀왔다. 경남 거제도 해금강~명사해수욕장을 걷는 장장 18.15㎞의 도보 여행이다.

부산과 경남 일원의 S&T 가족 500명이 동참했다. 그룹 산하 지역업체 5개사에서 골고루 여행에 참여했다. 모티브 34명의 국토대장정 단원이 깃발을 들고 길을 열었고, 중공업, C, 모터스, 저축은행 식구들이 동참했다. 특히 전 사원 27명의 S&T저축은행은 행장과 7명의 직원들이 참여해 전체 인원의 25%가 동참하는 기염을 보였다.


■오른편도, 왼편도 다 바다

부산과 창원에서 각각 출발하여 모인 장소가 거제도 해금강 신선대 전망대.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일행들은 바람의 언덕으로 향했다. 해금강 도로에서는 오른편도 바다 왼편도 바다다. 작은 반도인 해금강은 어찌보면 한반도의 그것과 생긴 모양이 꼭 같았다. 우리는 반도에서 시작하여 대륙으로 갈 채비를 하였다.

 

 

 

국토대장정 깃발을 앞세우고 다대재를 내려오는 대원들. 김경현 기자

 

바람의 언덕에는 거대한 풍차가 하나 서 있다. 힘차게 화이팅을 외친 500여 가족들이 출발을 하자 축하라도 하듯 풍차가 돌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는 사람은 연두빛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종주대원들이 출발을 다그쳤다. "출발하셔야 합니다. 지금 출발합니다." 아무래도 500명의 대가족이 움직이다보니 기본적인 독려가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은 한참 나중이었다.

나무와 정원이 잘 가꾸어진 외도로 들어가는 입구인 도장포 선착장에서는 바다고둥을 파는 할머니를 보았다. 특이하게 거북손도 삶아 팔고 있었다. "이건 아무 데서나 못 먹어. 어서 사 가? 얼마나 맛있다고." 살까 말까 고민이 되었다. 한 종지 5천 원. 조금 비싸 보였다. "이거 따는데 얼마나 힘든데. 안 비싸." 속마음을 어떻게 읽었는지. 30년을 이곳에서 고둥을 판 관록이 무서웠다.



'할머니, 제가 마음이 급해서 못 사네요. 죄송해요.' 속으로 사과를 드리고 승천하는 용처럼 이미 언덕을 오르고 있는 일행을 좇아 부리나케 걸음을 옮겼다.


■소를 부리는 장면 구경도 '잔재미'

S&T모티브 김택권(53) 사장이 후미를 격려했다. "대열이 너무 많이 떨어졌네요. 조금 앞당깁시다." 사장이 참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앞에서 걷기만 해도 될텐데.

그런데 김 사장도 국토대장정 34명의 핵심 대원 중 한 명. 그들의 임무는 가족 대열의 안전과 건강을 챙기는 것. 사장도 예외는 없었다. 오직 대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일 뿐. 걸음이 한결 빨라졌다. 언덕의 유채는 푸른 바다와 어울려 황홀한 봄날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를 부리는 낯선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남편이 중공업에 다니는 박상아(50) 씨는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했다. 고향이 경북 청도인데 어릴적 추억이 새록새록한 모양이었다. 정작 남편은 일이 바빠 못 온 해안누리길에서였다.

오직 걷는 데만 충실해야 했다. 나름 산길을 좀 다녔다고 자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허벅다리에 약간의 통증이 왔다. 사타구니는 걸을 때마다 바지에 쓸려 화끈거렸다. 바지를 추스려 겨우 보폭을 맞췄다. 2시간을 더 걸어 다포항에 가서야 충분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사탕과 초콜릿을 '폭풍 흡입'했다. 대열을 따라잡는데 급급해 이름도 물어보지 못한 초등 5학년 여자아이는 저도 땀이 날텐데 아빠에게 부채질을 해 주었다. 힘들어 하는 아이의 손을 끌거나 아예 업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가족은 길에서 또 서로의 정을 재확인하는 중이었다.


■비포장에 오르막 '숨이 턱'

여차 몽돌 해변을 지나니 비포장길이었다. 오르막 길이라 숨이 턱에 찼다. 멀리 예쁘게 손수건을 머리에 쓴 여성이 다정하게 남자친구와 걷고 있었다. 말을 건넸다. 알고보니 저축은행 이수임(30·여) 주임이었다. 남친으로 오해했던 사람은 조충현(28) 행원, 이 주임은 중공업의 백두대간 산행에도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번 국토대장정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옆에서 걷던 양은숙(36) 대리는 첫 참석. 행사 참여 여부는 직원들의 자유의사. 누구든 오고싶으면 올 수 있다.

고갯마루에 도달했다. 발아래로 푸른 풍광의 남해바다와 다도해의 섬들이 산수화처럼 펼쳐졌다. 맑은 봄햇살은 바다를 더욱 눈부시게 하였다. 처음부터 직원들과 함께 걷던 S&T 그룹 최평규(61) 회장이 탄성을 자아낸다. 손수건을 예쁘게 머리에 두른 여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격려한다.

최 회장 대열 바로 뒤에서 걸었다. 선뜻 앞서나가기도 어색했거니와 실은 추월할 만한 체력도 없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최 회장이 잠시 쉬어 가겠다는 것이다. 성큼 나서며 종착지인 명사해수욕장을 향해 내달렸다. 목적지가 눈앞에 다가왔다. 그런데 웬걸. 막판에 최 회장 일행에게 추월을 당하고 말았다.

"아니 회장님 왜 이렇게 빠르십니까. 분명 쉬고 계신 걸 봤는데요." 최 회장이 말했다. "쉬고 왔으니 더 빨리 온 게 아니요. 허~허~" 쉬었다 올 줄 몰랐던 것이다. 길은 속도전이 아니라 여유다. 꼴찌 대열에서 핵심 대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살짝 부끄러웠다. 길에서 또 인생을 배웠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